[조근호의 '행복 경영'] 배신하는 운전기사, 파트너 같은 운전기사

관건은 인간적인 배려
私的인 일 많이 시키고… 함부로 대하면 결국 폭발
업무상 알게 된 비밀 들고 수사기관 찾아가는 일 생겨

어떻게 대하는 게 맞나
무작정 기다리게 하지 말고… 예상시간 알려주면 좋아
스케줄 수행비서로 대하면, 의외의 고급정보 들을 수도

조근호 행복마루 컨설팅 대표

소설 '마시멜로 이야기'는 사장 조나단과 그의 운전기사 찰리의 이야기이다. 조나단은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하는 찰리를 나무라며 마시멜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4살짜리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주며 15분간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한 개를 더 주겠다고 제안하였다네. 10년 후 그 아이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하였을 때 유혹을 이겨낸 아이들이 더 우수한 집중력을 보였다는군." 독자들은 이 이야기에 담긴 교훈에 감동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조나단과 찰리의 인간관계다. 사장이 운전기사와 어떤 관계이기에 인생에 관한 교훈을 이야기해 줄 수 있었을까? '자동차라는 1.5평 공간' 안에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 어느 국회의원의 운전기사가 '불법 정치자금을 신고하겠다'면서 자동차에 있던, 현금 3000만원이 든 가방을 검찰에 넘긴 적이 있었다. 검찰의 비리 수사 때면 심심치 않게 운전기사가 등장한다. 업무 특성상 비밀을 알기 쉬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컨설턴트는 임원의 운전기사를 2년에 한 번씩 바꾸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장수한 운전기사의 이야기도 있다.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과 무려 40년을 같이한 정홍 과장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65세가 되던 2007년, 그는 '네 바퀴의 행복'이라는 자서전을 출간했다. 정 과장은 "처음에는 동갑이라 부담스러웠지만, 함께 출장을 다니며 잠자리까지 챙겨주는 따뜻한 인간미에 감동을 받아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다"고 회고했다.
 

지난 2007년 자서전 ‘네 바퀴의 행복’을 펴낸 정홍 대성그룹 차량관리과장(오른쪽)이 대성그룹 김영대 회장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1960년대 회장님과 운전기사로 만난 뒤, 40년간 그 우정을 지켜왔다. / 조선일보DB

회장과 운전기사의 물리적 거리는 불과 1m이지만, 직급상 거리는 상당히 멀다. 그들은 어떤 때는 1m 이내의 친밀한 인간관계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직급의 거리보다 훨씬 먼 관계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배신하는 관계로 전락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초급 임원이 되면 차량과 함께 운전기사가 배치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운전기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반대로 임원의 운전기사에게 상사를 어떻게 수행하여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임원과 운전기사 모두 서로를 대하는 데 미숙할 수밖에 없다. 임원이 운전기사같이 가까운 사람에게 존경받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채욱 CJ 부회장은 "진정한 성공이란 가까운 사람에게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검장 시절, 정년퇴임하는 운전기사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한 적이 있다. "목적지에 가셨을 때 업무가 얼마나 걸리는지 미리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언제 나오실지 몰라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식사 때를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임원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운전기사의 시간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당신은 기다리는 것이 직업이잖아' 하는 일방적 태도는 결국 두 사람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세간의 화제가 된 운전기사의 배신에 대해 누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임원이 인간적인 대우를 하지 않을 때 섭섭함이 쌓이고 쌓여 분노가 되고,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는 회사 소속 운전기사에게 사적인 집안일을 많이 시키면 결국 등을 돌리게 된다고도 말한다.

임원과 운전기사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것은 역시 '인간적인 배려'이다. 또한 임원들은 한 걸음 나아가 운전기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여야 한다. 어떤 운전기사는 비서 못지않게 임원의 스케줄을 꿰고 성향도 모조리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수행비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운전기사들은 이 호칭을 선호한다고 한다. '저는 수행비서입니다.' 호칭이 바뀌면 정체성이 바뀐다.

2008년 3월 대전지검장으로 부임한 첫날, 운전기사 정일 주임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특별한 꿈이 없다고 했다. 그에게 아직 젊은데 더 큰 꿈을 가져보라고 권했고, 그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1차 시험에 합격한 날 그는 울먹이며 "검사장님,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정일 주임에게 꿈과 비전을 주었던 일, 바로 '마시멜로 이야기'의 사장 조나단이 운전기사 찰리에게 한 일이다.

운전기사만큼 고급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직책도 흔하지 않다. 명문 골프장 기사실에서 여의도 증권사보다 더 많은 정보가 오간다. 임원으로부터 인정받은 운전기사는 기꺼이 정보맨이 될 것이다. 또한 그들은 다른 회사 운전기사들에게 자신이 수행하는 임원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며, 이는 다른 운전기사들의 입을 통해 그들의 임원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운전기사 스스로 홍보맨도 되는 것이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내 기분을 잘 살펴 좀 우울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출근하는 동안 내 기분을 좋게 해주게. 그래야 우리 회사의 하루가 즐거워지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이 과장과 나는 회사를 같이 경영하는 거야." 어느 CEO가 기사에게 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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